두 돌 반이 된 찬양이를 데리고 떠나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세월은 지나서 찬양이가 대학을 갈 나이가 되었다. 아니 나이대로라면 작년에 대학을 들어갔어야 했다. 그러나 방글라에 학교가 1월 학기에서 8월 학기로 바뀌고 7학년부터는 필리핀으로 태국으로 옮기게 되면서 한 학년이 늦어지게 된 것이다. 방글라에서 6학년까지 마치고 필리핀으로 들어가면서 한국에 잠시 들렀을 때 어떤 분이 찬양이에게 6만원의 용돈을 주셨다.. 용돈을 받고 나서는 엄마! 제가 기도했어요. 이번에 저에게 10만원을 주시면 그동안 모아 놓은 용돈을 전부 고아원 건축을 위해 드리겠다고요..
그런데 내일 할머니를 만나잖아요? 할머니가 또 용돈을 주실지 알아요? 찬양이가 할머니에게 기대를 하는 것은 매번 할머니가 찬양이에게 용돈을 주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용돈은 뜻하지 않은 분에게 받은 것이라 기도한 10만원이 채워질 것 같으니 기뻐서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가? 돈이 없으실텐데… 그렇다고 기도하고 행하고 있는 찬양이에게 미리 할머니가 돈을 못 주실지 모른다는 말을 하기는 싫었다. 이튿날 할머니를 찾아 뵈었는데, 정말 이번에는 용돈을 주시지 못하시는 것이었다.
돌아오면서 할머니가 돈이 어디 있으시겠니? 벌지도 않으시는데 이제는 우리가 드려야 하는 때라고 말을 했더니 “네”하고 돌아왔는데, 갑자기 그날 한분의 권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시 만나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가보니 찬양이에게 필요한 가방과 옷을 사주시고 쓰다 남은 돈이라면서 찬양이에게 용돈으로 미국 돈 35불과 나에게는 일본돈 2만엔을 주셨다. 바꿔서 필요한 곳에 쓰시라면서… 환율을 계산해 보니 찬양이에게 주신 미국돈은 찬양이가 기도하는 금액 10만원에서 모자라는 4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할렐루야!
찬양이는 너무나 신이 났다. 자기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에 대해… 그러면서 “엄마! 돈 통의 열쇠는 오른쪽 책상 서랍 맨 위에 있어요. 열어서 고아원 건축 헌금에 써주세요. 돈 통이라고 하는 것은 방글라는 아이들이 은행에 가서 저금을 할 수도 없고 작은 돈을 수시로 저금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목수에게 부탁을 하여 돈을 넣을 수 있는 상자를 만들어 준 것이다.
한국을 떠나 필리핀으로 떠나던 차 공항에서 내가 물었다. 찬양아! 넌 어느 나라가 제일 가보고 싶니? 했더니 뜻하지 않게 “일본이요” 하는 것이었다. 난 스위스나 영국, 그리스 그런 유럽이나 그 외 멋있다고 하는 나라를 말할 줄 알았다. 그래서 “왜 일본이 가고 싶은데?” 라고 물었더니 “일본을 가면 우리나라 역사를 좀 더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일본이야 마음만 먹으면 가까워서 갈수가 있는데?” 그렇게 말을 하고는 목적지인 필리핀을 도착을 해서 찬양이가 머물러야 하는 선교사님 댁에 가방을 들고 들어가는데 “야! 찬양이는 오자마자 일본 구경하게 생겼네!” 하시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서 예? 왜요? 했더니 이번에 중, 고등학교가 수학여행을 가는데 싱가폴과 대만, 그리고 홍콩을 가려고 계획을 잡았었는데 갑자기 얼마 전에 수학 여행지가 일본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일본을 가고 싶다고 했고 권사님은 일본 돈까지 주셨다. 그러니 찬양이에게는 너무나 세밀하신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를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찬양이를 필리핀에 내려놓고 방글라로 돌아와서 열쇠를 찾아 돈 통을 열어보았다. 그동안 돈만 넣었지 열지를 않아서 바퀴벌레가 똥을 싸 놓은 것이었다. 6살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모은 돈이 430불이나 되었다. 할머니와 그 외 친척들, 그리고 목사님들과 권사님, 찬양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이 주신 용돈인 것이다. 어린 아이가 모은 돈이기에 더 감사함으로 고아원 건축을 위해 드릴 수 있었다.
고아원 건축 헌금을 드리고 나서 또다시 찬양이는 용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얼마후 어느날 백화점을 지나가는데 “아빠! 제가 그동안 모은 용돈으로 아빠 반지를 하나 해 드리고 싶어요.” 아빠 손에 반지가 없어 허전해 보여서인지… 기특한 마음에 아빠도 흔쾌히 허락을 했다. 파란 사파이어 반지 하나를 아들로부터 선물 받았다. 그 후에 또 시간이 흘러서 어느날 내가 안경을 맞춰야 되어서 안경집에 들어갔다. 안경테를 사려고 보니 너무 비싸서 망설이며 나가려고 하는데 “엄마! 얼마인데 그러세요? 저한테 용돈 모아놓은 것이 또 조금 있어요. 그것을 보태면 안되나요?” 옆에 계시던 아빠 말씀이 자기가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안되겠다 하시면서 안타까웠는지 “여보! 차라리 찬양이 대학갈 때 입학금으로 쓰라고 통장을 하나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씀을 해서 찬양에게 물어보니 본인도 좋다고 하여 지금까지 꼭 필요한 재정만 사용하고 누가 주시던 간에 용돈이 생기면 대학 입학금을 위해 저금하고 있다.
난 믿는다. 온 우주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찬양이의 친아빠 되시기에.. 그 분 안에 모든 것이 있기에 오늘도 주님을 기대하고 바라본다.